정인이를 위해 지은 설빔과 편지 ~심현옥 할머니~

사회뉴스|2021. 1. 22. 19:22

 

 

 

 

정인이의 설빔 때때옷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친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아빠 다 
어디들 있는게냐?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디었느냐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정인아,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수목장에 놓인 '손편지'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 벌 지어줄게! 

구름 한줌 떠다가 
모자로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지리산 호랑이도 
새끼를 잃으면 
할머니 울음을 울겠지 
"정인아,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수목장에 놓인 '손편지' 

아가야 아가야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뒤돌아 손 한 번 
저어주고 가려므나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미 
천사 옷 입고 가야지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아,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수목장에 놓인 '손편지' 

정인이 왔어요 
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서진 몸 
몰라볼 수 있으니 

또박 또박 
정인이라고… 

아가야! 
너를 보낸 이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 

2020년 1월 17일 일요일 


과천에서 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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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심현옥 할머니가 정인이를 위해 5일간 손수 지은 설빔옷과 편지입니다.

 

25년째 청소년 지도를 하고 있는 심현옥 할머니는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다른 옷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하신 심현옥 할머니!!

정말 감사드려요.

 

너무 아파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던 우리 정인이...

다시 태어나면 행복한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네요.

 

마지막 길까지 양부모는 3천원짜리 다이소 액자로 보냈지만, 추모객들이 정인이를 위로하는 선물과 함께 추모 행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 가슴이 따뜻해 지는 설빔과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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